나에게는 스포티파이라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앱”이라는 것 외에는 익숙하지 않은 앱이었다. 그 외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알고 있어서, 가끔 API Docs를 살펴보며 Endpoint가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보곤 했었던 것 같다. 이번 기회를 통해 스포티파이의 기술적 챌린지와 음반사, 애플 등과 고군분투하는 스토리 등을 읽으며, 한 회사를 꾸리기 시작하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책뿐만 아니라 스포티파이 창업 스토리를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원제: 플레이리스트)를 추천받아서 책과 함께 드라마를 함께 정주행 하게 되었는데, 드라마의 몰입감이 상상을 초월했다. 드라마는 옴니버스 식 구성을 취하면서 스포티파이의 창업 스토리에 얽혀있는 각 이해 관계자들의 관점에서 내용을 풀어간다. 동일한 사건과 타임라인을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걸 보고, 많은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책과 드라마를 비유하자면 조선왕조실록과 태조왕건 같은 느낌인데, 기회가 된다면 책과 드라마를 둘 다 정주행 하는 것을 추천한다 =)
스포티파이가 창업을 시작했던 당시 2006년은 파이릿 베이 등과 같은 플랫폼에서 토렌트를 이용하여 다양한 콘텐츠를 불법으로 다운로드하고 복제하던 시절이었다. 나 또한 그 시절, 예능프로나 드라마, 영화 등을 P2P 플랫폼을 통해 자주 받던 시절이었던지라, 스포티파이의 기술이 토렌트와 P2P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 굉장히 흥미로운 소재로 다가왔다.
[타협하지 않는 기술적 챌린지]
스포티파이 CEO인 다니엘 에크는 “수도꼭지처럼 틀면 나오는 빠른 스트리밍”을 목표로 하며, 이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를 기술로 실현하기 위해 최고의 팀을 꾸린다. CTO인 엔과 개발조직은 끊임없이 플레이어를 고도화시키며 음악 재생시간을 0.25초까지 단축시켰지만 다니엘 에크는 여전히 느리다며 음악 재생시간을 0.2초로 맞출 것을 강하게 요구한다. 현실적으로 개발로 도달하지 못하는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항변하는 엔의 장면에서, 평소에 PM 및 기획 팀과 기술적으로 협의를 진행하는 나의 모습이 투영되어 많은 감정이입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방법을 찾아서 기술을 고도화하는 모습을 보자니, 경이로움을 느끼면서 나와 같은 범인(凡人)은 정말 꿈도 꾸지 못할 역량이겠구나 하는 마음 한편으로 씁쓸함도 느껴졌다.
[험난한 창업의 길]
책과 드라마를 보면 불법 복제로 인해 앓고 있는 음반사 vs 콘텐츠를 자유롭고 무료로 소비하고 싶어 하는 파이릿 베이 플랫폼 운영자와 일반 사람들 간의 갈등 상황 및 음반 시장의 현실을 보여준다. ‘만약 무료로 음악을 어디서든 들을 수 있다면 불법 다운로드를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스포티파이 CEO 다니엘 에크는 음악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앓고 있는 음악 산업 생태계에 새로운 혁신을 일으킨다.
하지만 그 꿈을 실현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험난하고 고통스러웠다. 음반사들은 시대적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집단이었다. 저작권 협의를 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군분투하는 스포티파이의 변호사들과 다니엘 에크의 모습을 보자니 숨이 턱턱 막혔다.
또한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타협하는 의사결정에 따라 내부적으로 갈등을 겪고 이별하는 일부 스포티파이 초기 멤버들을 보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이 꼭 아름답고 완벽할 수는 없다는 것을 우리는 깨닫게 된다.
[실패는 얼마나 성공에 가까이 갔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의 스포티파이가 있기까지, 모든 프로젝트가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 수백억 원이 투입된 스포티파이 TV (마그네토 프로젝트)는 결국 실패작으로 남게 되었고, 추천 기능의 자동화를 위해 진행된 에코 네스트는 스포티파이 사상 최악의 인수로 남았다. 스타트업계에서 종사하다보면 우리는 많은 실패를 경험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대박이 날 거야”, 혹은 “이번 프로젝트는 잘될 거야” 와 같은 낙관적인 태도로 정과 성을 다해 프로젝트에 임하지만 계속되는 실패에 좌절하고 자신감을 잃곤 한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계속되는 실패를 통해 성공에 한 발짝 더 다가갔을 수도 있다. 분명 쉽지 않은 길일 것이다. 그럼에도 스포티파이의 CEO 에크처럼 확고한 비전과 미션을 가지고 끊임없이 도전을 한다면 언젠가 “성공”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